삶에 대한 이야기

아침을 맞이할 때

longterm-life-story0076 2025. 1. 2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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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깨고 나온다는 것은 정말 쉽지가 않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스스로를 다잡고 더 나은 모습을 위해 노력하리라 마음먹고 6시 알람을 맞추었으나 암막커튼 때문인지 컴컴한 어둠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머릿속으로 수없이도 되뇌는 모습은 스스로를 일으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다. 고요한 음악 속에서 묵직한 눈꺼풀의 무게를 이겨내고 일어나 뇌를 깨우고 오늘의 나를, 하루의 진행될 삶을 정리하는 글을 적는 모습이다. 그러나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대로 누워 잠깐 눈을 감는 사이 나의 몸은 공중에 붕 뜬 상태로 또 다른 꿈속을 허우적 거린다.

두 번째 알람이 울린다. 내가 구성한 한 시간 반의 여유는 이미 잠으로 채워져 버린 상태이다. 만근의 자물쇠가 채워진 듯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혼자일 땐 미처 몰랐던 것들이 너무 많다. 신랑이 먼저 일어나 출근을 할 때는 조금은 자연스럽게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를 위한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의 잠을 깨운다. 상상 속의 나는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이 밝은 표정과 경쾌한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몇 번 부르면 아이는 사랑스럽게 눈을 비비며 일어나 나에게 다가와 안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처음엔 상상 속의 모습처럼 부드럽게 시작하지만 쉽사리 눈을 뜨지 않는 아이에게 어느덧 나는 묵직하지만 날카로운 목소리로 깨우다가 결국은 아주 무서운 훈장님처럼 무게를 잡게 된다. 뽀뽀를 하거나 팔다리 마사지를 하며 깨우는 때도 있는데 그럴 땐 아이도 나도 여유로운 순간이고,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하기도 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착각 속에서 다음 장면을 그리며 하는 행동들이 있으리라. 내가 뽀뽀를 하거나 팔다리를 마사지하며 아침잠을 깨울 때, 아이는 좀 더 달콤한 다음 장면을 상상하며 눈을 감은 채 깜빡 거리며 자는 척을 하는 것인데, 마음적 여유가 있다면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결국 내 목소리는 더 무거워지고 날카롭게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서 아침식사 준비를 마치며 곧 후회의 한숨을 몰아쉰다. 하루의 시작을 기분 좋게 맞이하도록 해주고 싶은데 마음뿐이니 자책감이 나의 마음을 짓누른다. 

문득 옛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늘 긴장되어 있는 듯한 나는 부엌에서 아침밥 짓는 냄새가 나며 곧이어 엄마 목소리로 '일어나자' 하면 곧 일어나 세수를 하러 갔다. 어릴 때 집은 욕실이 보일러실과 집 내부로 이어지는 문 바로 옆에 있긴 했지만 많이 추웠다. 엄마는 각종 국을 끓이고, 나물을 무치며 우리가 먹을 아침식사와 도시락 등을 준비하였다. 밥통에선 김이 모락모락 나며 밥이 완성되었다. 오빠를 깨울 때 엄마의 모습이 나에겐 쉬워 보이지 않았다. 내가 오빠라면 나라면 다르게 했을 텐데......

그래도 아이가 기분 좋게 일어나면 한껏 품에 안아주고 씻도록 격려한다. 그러나 아이가 쉽게 일어나지 못할 때 그 전날 몹시 피곤한 하루였다면 오늘도 힘겨운 하루가 될 텐데 나는 그런 아이를 격려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이 촉박하다. 아이를 보내고 나면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대로 햇살 냄새를 맡으며 달콤한 낮잠을 취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둘러 출근준비를 하고 있었다. 

더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 일을 그만두었는데 새로 시작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온전하게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어렵게만 느껴진다. 잠시 책을 펴고 앉으면 눈과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그럴 여유의 시간은 길지 않다. 하루의 시작은 매번 쳇바퀴 돌듯 그렇게 나에게 찾아온다. 마감의 시간이 되면 뿌듯한 마음보다는 질책과 후회로 어깨와 마음이 짓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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