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사랑에 집착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사랑에 대한 갈망이었는지 되묻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왔다. 사랑이 내 삶의 전부처럼 느껴졌던 때도 있었고, 그 사랑이 흔들리자 세상까지 함께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진 적도 있었다.
그 무렵, 사랑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준 책을 만났다.
로버트 A. 존슨의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와 『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 We』였다.
저자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같은 것일까?
우리는 흔히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 순간을 '투사(projection)'의 시기로 설명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 내 안에 있는 이상과 갈망, 결핍을 상대에게 덧씌우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에 빠졌을 때는 상대가 평범한 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마치 내 삶의 의미를 모두 품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 빛은 점차 옅어진다. 상대가 변한 것이 아니라, 내가 씌웠던 환상이 조금씩 걷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설명이 다소 냉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히려 희망적인 이야기였다.
환상이 사라진 자리에 비로소 진짜 관계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를 이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불완전한 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랑도 현실 속에서 자라기 시작한다.
사랑은 더 이상 상대를 통해 내 결핍을 채우려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일이 된다.
저자는 신화 속 '사랑의 묘약'이 삼 년 정도 지속된다고 표현한다.
숫자 삼은 단순한 기간이 아니라, 인간이 불완전함을 깨닫는 상징적인 시간이다.
결국 사랑은 환상이 끝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부터 비로소 시작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랑했던 것은 정말 그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그 사람을 통해 만나고 싶었던 또 다른 나였을까.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는 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곁에 남아 있는 사랑은 처음의 강렬한 설렘보다 훨씬 깊고 단단하다.
눈부신 환상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함께 견디며 만들어 가는 신뢰이기 때문이다.
칼릴 지브란은 「사랑에 대하여」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소유하거나 소유당하지 않으니, 사랑은 사랑만으로 충분하리라."
이 한 문장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사랑은 내 뜻대로 붙잡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하나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상처를 남기고, 때로는 나를 흔들어 놓지만, 그 시간을 지나며 우리는 조금 더 진실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사랑의 목적은 누군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나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의 질문
당신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나요?
아니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 있는 걸까요?
오늘도 삶을 배우며, 오늘도 개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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