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늘도 개화25 흰 가운을 핑크자켓으로 만든 날 나는 흰 가운을 입고 싶었지만 삶은 나에게 핑크자켓을 건넸다. 올해 초 새학기 실습지도를 위해 7만원을 주고 구입했던흰 가운이 단 6회 착용 만에 핑크빛으로 물들었다.얼룩도 아니었다.군데군데 번짓 것도 아니었다.아주 고르게, 부드럽게 물든 연핑크였다. 세탁기에서 꺼낸 순간 잠깐 멍해졌다."어랏? 이거...내거 맞나?"그리고 곧바로 튀어나온 말"정신 차리자...단독세탁을 했어야 했는데..." 세탁버튼을 누를때 찜찜함을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괜히 아들 잠바 탓도 해보고, 다시 세탁기에 넣어볼까 망설이다가 결국 표백제까지 꺼냈다.십분, 이십 분..... 한시간이 넘게 기다렸다. 하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핑크 가운그 순간 묘하게 힘이 빠졌다. 그리고 동시에 너털 웃음이 났다. 생각해보니 나는 이 가운에.. 2026. 4. 23. 불혹을 지켜야 하는 나이 어릴 때는 마냥 쉬운 줄만 알았다.웃는 것도,우는 것도,행복한 것도.어린 마음에는 삶이 그저 주어진 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이십대가 되었을 때는 조금 위축되어 있었다.그래도 남들만큼은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삼십대가 되었을 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사랑도,공부도,일도.마음먹으면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그래서 욕심을 부렸다.하지만 사십대가 되고 보니 알게 되었다.그때 내가 믿었던 것은 가능성이기도 했지만,때로는 욕심이기도 했다는 것을.웃는 것도,우는 것도,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울고 싶지만 웃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고,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해야 하는 날들도 있었다.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내가 생각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잘하려고 .. 2025. 10. 21. 마음도 펴 아이가 커가면서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늘어간다.머리로 배운 것들은 많다.아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아이의 마음을 먼저 바라봐야 한다는 것.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참 다르다.다른 사람에게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정작 내 아이 앞에서그 방법대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오늘도 아들과 티격태격하다가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든다.침대도 좁은데 굳이 자기 방 침대 옆으로 오라는 아이.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이 마음 한편에 쌓여 있고,조금의 여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잠을 줄여야 하는 날들이 많다.그럼에도 늘 다짐한다.“아이가 눈을 뜨고 있는 시간만큼은 아이에게 충실하자.” 꼬깃꼬깃 몸을 접어 아이 옆에 누우면아이는 두 팔을 벌려 나를 반긴다.“나는 엄마가 너무 좋아.”그.. 2025. 9. 1.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살아가며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행복이라는 것이나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아니면 이미 내 곁에 있었는데내가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많은 것을 이루면 행복할 것 같았다.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조금 더 인정받으면,조금 더 완벽해지면그때는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된다.행복은 무언가를 더 채우는 과정만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때로는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찾아온다는 것을. 법정 스님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며자기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삶,집착에서 벗어나는 삶에 대해 말한다.무언가를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필요하지 않은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나는 참 많은 것을 붙잡고 살아왔다.잘해야.. 2025. 3. 10. 일요일 낮잠 나는 일요일 낮잠을 좋아한다.나에게 일요일 낮잠이란 엄마의 살결 냄새와 같다.어릴적 엄마는 생존을 위한 일 때문에 나에 대한 돌봄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내 몸이 기억하는 한).돌이켜보면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여유로운 시간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그런데 이상하게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다.볕좋은 어느 일요일, 엄마는 이따금씩 집 안을 정리하셨다.라디오를 켜두고서.라디오에서는 진행자들의 멘트와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왔고,햇살 내음이 그득한 빨래가 내 곁에 놓였다. 엄마는 다시 화단으로 나가 꽃과 나무를 돌보셨다.마당으로 내리쬔 햇살 속에서 엄마가 눈부신 듯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나는 햇살이 조금 드리워진 앞마루에 누워멀리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햇살에 비친 엄마의 얼굴을 바라본다.그리고 살짝 눈을.. 2025. 3. 2. 엄마의 화단 #2 - 다시 피어난 엄마의 작은 정원 새 집…우리 집이면 좋겠지만,친정이다.84년이었나.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분명 아버지께서 보여주셨던요즘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양식의 계약서.그 안에 적혀 있던 날짜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그렇게 30여 년을 살던 집을 떠나엄마와 아빠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셨다.처음에는 생각했다.이제 엄마의 화단도 사라지겠구나.오랜 시간 엄마의 손길이 머물던 공간.꽃을 심고,물을 주고,말없이 바라보던 작은 정원.그런데 놀랍게도새 집에도 다시 엄마의 화단이 만들어졌다.더 넓고,더 정돈된 공간.마음도 함께 정리되는 느낌이다.한결 가벼워진다.몸 안에서 다시 에너지가 흐르는 것 같다.집 밖으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적송 동산이 보인다.그곳에는 큰 무리의 백로 가족들이 살고 있다.아침이면,저녁이면서로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2025. 2. 28.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