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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요일 낮잠을 좋아한다.
나에게 일요일 낮잠이란 엄마의 살결 냄새와 같다.
어릴적 엄마는 생존을 위한 일 때문에 나에 대한 돌봄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내 몸이 기억하는 한).
하지만
볕좋은 일요일 이따금씩 집안정리를 하셨다.
라디오를 켜두고서.
라디오에서는 진행자들의 멘트와 부드러운 음악들이 흘러나왔고
햇살 내음이 그득한 빨래를 엄마는 내곁에 두시고 다시 화단정리를 하셨다.
마당으로 내리쬔 햇살에 엄마가 눈부셔 하면서
나를 보고 미노짓는다.
나는 햇살이 약간 드리워진 앞마루에 누워
라디오 소리를 멀찌감치 들으며
햇살에 비친 엄마의 미소를 보며 한번 찡끗하고는
햇살 내음이 그득하게 담긴 마른 빨래에 얼굴을 부비고 포근하게 누워 소근소근 잠이 든다.
쌔근쌔근 자다가 불현듯 눈을 뜨고는
두리번 거리며 마당에서 엄마의 그림자를 뒤쫓다가
보이지 않을라치면 애처롭게
"엄마~ 엄마~"를 부르며 눈물 짓는다.
그러고 있노라면
엄마는 아주 멀찍한 소리로 들릴랑 말랑하게
대답한다.
"어~? 깼어? 왜~?"
엄마의 목소리가 토방의 수돗가에 쏟아지는 물 소리에 묻혀 더욱 희미하게 들리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기쁜 마음에
다시금 햇살 내음이 듬뿍 담긴 빨래들에
얼굴을 부비며 코를 박고 잠이 든다.
쌔근쌔근, 돌이켜 생각해도 행복하다.
독립한지 십년하고도 몇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다시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라디오를 틀어놓고
햇살 내음에 파묻혀 낮잠을 즐기는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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