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해주지 못한 것이 많다며
늘 미안해하는 엄마의 마음이 전해질 때면
나도 모르게 조금은 건방진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엄마가 나에게 해준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오히려 엄마의 미안함을 없애주려 더 잘하려 애썼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조금 편안해지고 싶다.
그래서 엄마에게 부탁하고 싶다.
엄마,
나에게 못해줘서 미안했다는 기억보다
나에게 해줄 수 있어서 기뻤던 기억을 떠올리면 안 될까?
해줄 수 있어서 행복했던 순간,
해줄 수 있어서 감사했던 순간을 기억하면 안 될까?
그러면 나도 조금 더 행복해질 것 같다.
부디 엄마도,
그리고 나도
더 이상 서로를 미안함 속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아무리 어려운 순간에서도
엄마와 아빠가 나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나는 지금 이렇게 살아 있다.
건강하게,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엄마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엄마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사랑은
완벽하게 해준 것이 아니라
끝까지 나를 놓지 않았다는 것임을.
엄마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랑해, 엄마.
2015.08.13.(목) 엄마의 화단 앞에서
엄마는 꽃과 나무를 좋아한다.
작은 화분에도 물을 주고,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주고,
마치 누군가에게 말을 걸 듯 꽃과 나무에게 속삭인다.
아마 그 속에는 아무에게도 다 말하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가족을 향한 사랑,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걱정,
그리고 조용히 견뎌온 시간들.
이사하기 전, 집을 허물기 전에
엄마의 화단 사진을 남겨둔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에는 엄마와 아빠의 손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오랜 시간 가족을 품어주었던 우리 집.
하지만 이제 그 집은 없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기에 다시 찾아갈 수도 없는 곳.
골목 끝에 자리했던 작은 집.
누군가는 평범한 집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내게는 부모님의 사랑이 자라던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엄마가 가꾸던 작은 화단이 있었다.
꽃과 나무를 돌보던 엄마의 손길처럼,
나 역시 이제는 엄마를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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