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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개화

일요일 낮잠

by 오늘도 개화 202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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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요일 낮잠을 좋아한다.
나에게 일요일 낮잠이란 엄마의 살결 냄새와 같다.
어릴적 엄마는 생존을 위한 일 때문에 나에 대한 돌봄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내 몸이 기억하는 한).

돌이켜보면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여유로운 시간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다.

볕좋은 어느 일요일, 

엄마는 이따금씩 집 안을 정리하셨다.
라디오를 켜두고서.
라디오에서는 진행자들의 멘트와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왔고,
햇살 내음이 그득한 빨래가 내 곁에 놓였다.

엄마는 다시 화단으로 나가 꽃과 나무를 돌보셨다.
마당으로 내리쬔 햇살 속에서

엄마가 눈부신 듯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나는 햇살이 조금 드리워진 앞마루에 누워
멀리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햇살에 비친 엄마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리고 살짝 눈을 한번 찡끗한다.
햇살 내음이 그득한 마른 빨래에 얼굴을 묻고

포근하게 누워 소근소근 잠이 든다.
쌔근쌔근 자다가 문득 눈을 뜬다.
두리번 거리며 마당을 바라보며

엄마의 그림자를 찾는다.
보이지 않을라치면 애처롭게
"엄마~ 엄마~"를 부르며 눈물 짓는다.
그러면 아주 멀찍한 소리로 들릴랑 말랑하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깼어? 왜~?"
토방의 수돗가에 떨어지는 물 소리에 묻혀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소리였다. 
나는 다시 햇살 내음이 듬뿍 밴 빨래 속으로 얼굴을 묻고
안심한 아이처럼 코를 박고 잠이 든다.
쌔근쌔근,

돌이켜 생각해도 행복한 기억이다.


독립한지 십년하고도 몇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는 다시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햇살 내음에 파묻혀 낮잠을 즐기는 나를 발견한다.

어쩌면 나는 그때의 아이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품에서 잠들던 아이는 

시간이 흘러

이제 스스로에게 편안한 시간을 선물하는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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