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쩌면 매일 작은 알을 깨고 나오는 일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눈을 뜨는 일이 아니라, 어제의 나를 내려놓고 오늘의 나를 다시 선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6시에 맞춰둔 알람이다.
고요한 음악을 들으며 몸을 일으키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오늘의 삶을 정리하는 글을 쓰는 나를 상상한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암막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어둠은 아직 깊고, 묵직한 눈꺼풀은 쉽게 나를 침대에 붙잡아 둔다.
“조금만 더…”
그 짧은 순간은 어느새 또 다른 꿈속으로 나를 데려간다.
두 번째 알람이 울릴 때면 내가 계획했던 여유로운 아침은 이미 사라져 있다.
마음은 앞서가는데 몸은 따라오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사람은 의지만으로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몸의 피로, 마음의 여유, 삶의 상황들이 모두 나의 하루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결혼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많았다.
남편이 먼저 일어나 출근하는 아침이면 하루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아이의 식사를 준비하고, 잠든 아이를 깨운다.
내가 꿈꾸는 아침 속의 나는 언제나 따뜻한 목소리의 엄마이다.
“우리 아가, 일어나자.”
밝은 표정으로 아이를 안아주고, 아이는 눈을 비비며 나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현실의 아침은 때때로 다르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아이를 깨우려고 노력한다.
뽀뽀를 해주기도 하고, 잠든 아이의 팔다리를 조심스럽게 마사지해 주기도 한다.
그런 날은 아이와 나 모두 조금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시간이 부족해지면 마음도 함께 조급해진다.
쉽게 눈을 뜨지 못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어느 순간 내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부드러운 엄마가 되고 싶었던 마음은 눈녹듯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돌아서면 마음 한편에는 후회가 남는다.
“조금만 더 기다려줄 수 있었는데…”
“조금만 더 따뜻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하루의 시작부터 나 자신에게 실망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면 어린 시절의 엄마가 떠오른다.
아침이면 부엌에서는 밥 짓는 냄새가 났다.
엄마는 국을 끓이고, 나물을 무치고, 가족의 아침식사와 도시락을 준비했다.
밥솥에서는 따뜻한 김이 올라왔다.
엄마가 “일어나자”라고 부르면 나는 자연스럽게 일어나 세수를 하러 갔다.
그때는 몰랐다.
아침마다 가족을 깨우고 하루를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사랑을 필요로 하는지.
오빠를 깨우던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내가 오빠라면 더 잘 일어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그때 엄마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고, 나처럼 매일 자신의 마음과 싸우며 하루를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이를 기분 좋게 깨워주는 날도 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씻으러 가자고 말하는 날도 있다.
그런 순간에는 엄마인 나도 행복하다.
하지만 모든 날이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피곤한 하루가 반복되고, 해야 할 일들이 쌓이면 마음의 여유는 쉽게 사라진다.
아이도 나름의 속도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을 텐데, 나는 자꾸만 내가 정해둔 시간과 기준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아이도 아이만의 아침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잠든 척하며 조금 더 엄마의 손길을 느끼고 싶었을 수도 있다.
더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 선택한 변화였지만, 새로운 삶 역시 쉽지만은 않다.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존재하고, 나를 돌볼 시간은 늘 부족하게 느껴진다.
책을 펼쳐 들면 마음은 편안해진다.
잠시 멈추어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하루는 늘 빠르게 흘러간다.
마감의 순간이 오면 뿌듯함보다 부족했던 점들이 먼저 떠오를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다시 생각한다.
성장이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은 한 번의 결심으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다.
매일 흔들리고, 후회하고, 다시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늘 아침도 나는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보다 조금 더 나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알을 깨고 나온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작은 균열이 생기는 순간, 그 안에는 이미 새로운 삶을 향한 빛이 들어오고 있다.
오늘도 나는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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