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의 솥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 솥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따뜻한 사랑일 수도 있고, 희망일 수도 있다.
반대로 오래 묵은 두려움이나 불안, 인정받고 싶은 마음, 내려놓지 못한 상처가 가득 담겨 있을 수도 있다.
문득 나에게 묻는다.
“지금 내 솥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자존감은 단순히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마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존감은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이며,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힘이다. 현실 속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도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도 자신을 믿는다.
실수했다고 해서 자신의 존재 가치까지 의심하지 않는다.
그들은 도움을 요청할 줄 알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은 스스로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가치 또한 온전히 존중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감정에 끌려가지도 않는다.
화가 난다고 해서 반드시 화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불안하다고 해서 반드시 두려움에 머물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감정을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어쩌면 그것이 건강한 자존감이 가진 힘인지도 모른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아진 순간, 사람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 나를 속이지 않을까, 무시하지 않을까, 상처 주지 않을까 끊임없이 경계하게 된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의 벽을 쌓지만, 그 벽은 결국 나 자신을 세상과 단절시키기도 한다.
두려움은 시야를 좁힌다.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지 못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움츠러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움은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 조금씩 힘을 잃는다.
피하고 싶었던 것을 바라볼 때, 막연했던 두려움은 구체적인 현실이 되고, 우리는 비로소 그것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커다란 무쇠솥 하나를 떠올려본다.
이 솥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맛있는 음식을 담는 따뜻한 그릇이 될 수도 있고, 식물을 키우기 위한 거름을 담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 마음의 솥에는 지금 무엇이 담겨 있을까?
얼마나 가득 차 있을까?
때로 우리는 마음이 힘들 때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하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문제는 기분이 아니라 솥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어 있는 솥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원하지 않는 감정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없는 것처럼 외면하는 상태에 가깝다.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침울함을 인정할 수 있다.
“나는 지금 힘들구나.”
“나는 지금 두렵구나.”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왜냐하면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가 선택한 결과는 아닐지라도, 그것을 바라보고 반응하는 태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솥에는 지난 몇 년 동안 조바심이 가득했던 것 같다.
원하는 만큼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조급함.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나를 몰아붙였고, 어느 순간 그 조바심은 내 어깨를 짓누르고 눈앞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도망쳤다.
함께할 수 없겠다는 판단,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마음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때는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순간의 나는 자존감이 많이 지쳐 있던 상태였다.
잘 해왔던 일들도 스스로 해낼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고, 불안이라는 깊은 항아리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 가라앉고 있었다.
그때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더 큰 노력이나 더 강한 의지가 아니었다.
잠시 멈추고 나를 돌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알려준 것은 만다라였다.
색을 고르고, 선을 따라가고, 내 마음을 바라보는 과정 속에서 나는 조금씩 알아차렸다.
내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래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는 것을.
오늘 다시 나에게 묻는다.
“나의 솥에는 지금 무엇이 담겨 있는가?”
불안과 조바심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면 조금씩 덜어내고 싶다.
대신 따뜻함과 믿음, 그리고 나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채워가고 싶다.
마음의 솥은 한 번 정해지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늘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내일의 내가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내 솥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조용히 묻는다.
“나는 지금 나를 살리는 것을 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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