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그에 대해, 또 그와 그의 아내의 직업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다.
그는 밤낮으로 몸을 갈아 넣어 일을 하지만 고정수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자에 대한 응원을 끊이지 않았다.
매일같이 밤늦게 들어와 새벽에 나가면서도, 힘든 내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공부를 하겠다는 놈은 끝까지 뒷바라지를 하겠다는 다짐을 지키려는 듯 미간에 주름이 질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도 미소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듯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게 선하게 대해주었다. 그러나 어린 여자의 눈에는 그게 다는 아니었다. 큰 소리로 시장에서 채소를 팔며 정성을 다함에도 간혹 어느 사람들은 그를 함부로 대했다. 여자는 나서서 뭐라 하고 싶었지만 한낱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누가 알아주랴.
이러한 기억도 있다. 아마도 여자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 이었던 것 같다.
그와 그의 아내가 쉼없이 일하는 가게 한편에 놓인 평상에서 여자는 뒹굴뒹굴 낮잠도 자고, 어른들의 대화에 끼어들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리고 바로 옆 생선가게 앞에는 다락에 바지락이 항상 놓여있었다. 바지락이 살아있어 물에 담가져 있노라면 저마다 아가미를 꺼내어 한껏 쉬고 있을 때, 어린 여자아이는 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아 다락물에 손을 담그며 아가미를 만지면 바지락은 달그락 거리며 입을 닫았다.
그날은 더운 여름날이었으리라. 날이 덥다보니 채소들이 하루가 지나면 녹아내려 열무 같은 것은 당일 떼어온 만큼 다 팔아야 한다. 그러니 오후 늦게까지 팔리지 않은 것은 리어카에 싣고 조금 더 큰 시장으로 가지고 나가 팔기 마련이다. 어린 여자아이는 그를 따라 걸으며 리어카를 밀다가 리어카 위에 앉다가 했다. 그리고 '떨이'라며 가격을 한껏 내려 모두 팔고 나면 그는 어린 여자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한껏 안아주고, 리어카 위에 태운 후 다시 가게로 돌아갔다. 여자는 어린 시절 그 기억이 가을 햇살처럼 따사롭게 느껴졌다.
또 일주일에 한두번은 리어카 목마 아저씨가 가게 앞에 왔었다. 그날은 신나게 목마를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한껏 느꼈다.
또 어느날은 우뭇가사리콩국을 파는 리어카 아주머니가 왔다. 그날은 온갖 애교를 부리고, 우뭇가사리 콩국 한 대접 먹고 나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했다.
여자가 커갈수록 그도 나이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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