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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4

그에 대한 기억#4 여자는 대학에 가기 위해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아마도 그때가 그에게는 생전 처음으로 직접 운전하여 고속도로를 타고 나왔으리라. 그는 몹시 긴장한 듯 보였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여자를 대학교라는 곳에 입학시키기 위해 자신의 트럭에 여자의 짐을 싣고 대도시로 향했다. 그러면서 처제에게 미안한 듯 인사를 건네고, 여자를 위해 책상 하나를 사서 넣어주었다. 그는 또 한참 고민을 했으리라. 여자를 대학에 보내면서 자신도 아내와 함께 새로운 터전으로 옮겨야 할지 말이다. 물론 그에게는 자식을 대학에 보냈던 또 한 번의 경험이 이미 있었으나 그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아내와 함께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다시 시장에서, 천막으로 된 그들의 가게를 .. 2024. 12. 19.
그에 대한 기억 #3 여자는 유치원이 끝나면 곧장 그와 그의 아내가 있는 시장으로 갔다. 유치원에서 배웠던 노래와 율동을 하며 재롱을 부리노라면 그와 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쳐줬다. 그리고 곧장 손님들에게 응대했다.여자가 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그와 아내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했다. 여자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게 버거워보였다. 여자는 스스로 해결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리곤 나중에서야, 나이가 들고난 후에야, 그의 아내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나서야 그때 왜 남자가 그럴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여자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림을 그릴 땐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 알아주는 듯 했다. 여자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이야기 했다. 학교에서 선생님.. 2024. 12. 17.
그에 대한 기억 #2 여자는 그에 대해, 또 그와 그의 아내의 직업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다.그는 밤낮으로 몸을 갈아 넣어 일을 하지만 고정수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자에 대한 응원을 끊이지 않았다.매일같이 밤늦게 들어와 새벽에 나가면서도, 힘든 내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공부를 하겠다는 놈은 끝까지 뒷바라지를 하겠다는 다짐을 지키려는 듯 미간에 주름이 질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도 미소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듯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게 선하게 대해주었다. 그러나 어린 여자의 눈에는 그게 다는 아니었다. 큰 소리로 시장에서 채소를 팔며 정성을 다함에도 간혹 어느 사람들은 그를 함부로 대했다. 여자는 나서서 뭐라 하고 싶었지만 한낱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누가 알아주랴.이러한 기억도 있다. 아마도 여자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 .. 2024. 12. 16.
그에 대한 기억 1 여자의 기억 속의 그의 모습은 흐릿하지만 잔잔하다.사진 속 그는 그녀를 다정히 안아주었지만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그는 1년 365일 중 360여일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시장에서 채소를 팔았다.매일같이 새벽4시 경에 일어나 일을 나갔고, 흔히 대목이라 하는 명절 전이나 김장철에는 새벽 2-3시경에 집을 나섰다. 집에 오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았다. 그의 아내는 그보다 고작 30분 내지 한 시간 정도를 먼저 집에 들어와 아이들을 챙기고, 저녁을 준비하였다. 봄, 여름, 가을뿐 아니라 한 겨울 해가 져버리고 이른 시각 어두컴컴해질 때에도 저녁 8시는 넘어서야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그제야 온 가족은 저녁을 먹었다. 또 대목에는 밤 12시나 1시경에 겨우 들어와 한두 시간 눈.. 2024.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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