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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너이기 때문에 아이의 어릴 적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사진 속에는 특별한 표정도,대단한 순간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그저 평범한 어느 날의 모습입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예전에 읽었던 시 한 편이 떠올났습니다.나태주 시인의 「꽃 3」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이 짧은 한 문장이 오늘 사진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아이는 예뻐서 사랑스러운 것이 아닙니다.무언가를 잘해서 소중한 것도 아닙니다.많은 것을 이루었기 때문도 아닙니다.그저 '내 아이이기 때문',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이 자신이기 때문'입니다.아마 부모의 마음은 그런 것 같습니다.잘 할 때도,실수할 때도,울고 웃을 때도,조건을 붙여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사랑하게 됩니다.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 2025. 2. 19.
걷는다는 것 살다 보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열심히 걷고는 있지만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고,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마음이 흔들리는 날도 있습니다.그럴 때마다 저는 오래전 한 문장을 떠올립니다.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어디로 가야 하는지,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그러나 나는 걷는다.그렇다.나는 걸어야만 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확신이 있어서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우리의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요.모든 답을 알고 출발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불안한 마음을 안고도 오늘 해야 할 일을 하고, 흔들리면서도 다시 일어나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저 역시 지금 .. 2025. 2. 18.
논문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처음에는 논문이 그저 열심히 쓰면 되는 글인 줄 알았습니다.자료를 많이 읽고, 성실하게 공부하면 언젠가는 완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하지만 막상 논문를 쓰기 시작하니 가장 어려운 것은 '쓰는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 일'이었습니다.수없이 계획서를 고쳐 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습니다.어느 날은 '도대체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그런 시간 속에서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에서 이런 말을 소개합니다."논문을 쓴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내가 볼 수 있는가 내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멋있는 말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하지만 논문를 쓰며 수없이 .. 2025. 2. 17.
상처 주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의 비밀, 먼저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 말은 참 이상합니다.마음속에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입 밖으로는 엉뚱한 말이 먼저 나올 때가 있습니다.사과하고 싶은데 괜히 말이 딱딱하게 나오기도 하고, 부러운 마음을 인정하기 싫어 애써 아닌 척하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오히려 무심하게 행동하고,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괜히 투정을 부리기도 합니다.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그 이유는 대부분 말보다 마음이 먼저 흔들렸기 때문입니다.혹시 이런 경험이 있나요?미안한데 쉽게 "미안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때다른 사람이 부러운데 괜히 아닌 척할 때나도 모르게 잘난 척하는 말을 했을 때슬픈 분위기에서 괜히 농담을 던질 때좋아하는 친구를 자꾸 장난으로 괴롭힐 때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만 짜증을 낼 때이런 모습이 나타났다고 해서 나쁜 사.. 2025. 1. 25.
알을 깨고 나온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쩌면 매일 작은 알을 깨고 나오는 일인지도 모른다.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눈을 뜨는 일이 아니라, 어제의 나를 내려놓고 오늘의 나를 다시 선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6시에 맞춰둔 알람이다.고요한 음악을 들으며 몸을 일으키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오늘의 삶을 정리하는 글을 쓰는 나를 상상한다.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암막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어둠은 아직 깊고, 묵직한 눈꺼풀은 쉽게 나를 침대에 붙잡아 둔다.“조금만 더…”그 짧은 순간은 어느새 또 다른 꿈속으로 나를 데려간다.두 번째 알람이 울릴 때면 내가 계획했던 여유로운 아침은 이미 사라져 있다.마음은 앞서가는데 몸은 따.. 2025. 1. 25.
사랑에 빠진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은 다르다 살다 보면 사랑에 집착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사랑에 대한 갈망이었는지 되묻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왔다. 사랑이 내 삶의 전부처럼 느껴졌던 때도 있었고, 그 사랑이 흔들리자 세상까지 함께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진 적도 있었다.그 무렵, 사랑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준 책을 만났다.로버트 A. 존슨의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와 『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 We』였다.저자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같은 것일까? 우리는 흔히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 순간을 '투사(project.. 2025.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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